협회소식
[사회공헌]“평생 함께” 안락사 없는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 행강을 가다
한국반려동물산업경제협회
2022-11-02
547
안락사 0, 200여마리 유기견 보호 중인 대형 사설 보호소
국경없는수의사회, 10월 30일 120명 봉사단 구성 의료봉사 등 진행
▲ 국경없는 수의사회 120여명의 봉사자가 행강 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았다 (사진 = 문진학 기자)
‘하나의 세계, 하나의 건강’이라는 슬로건으로 집단 관리가 필요한 유기동물보호소 등을 찾아 매월 의료봉사를 진행하는 국경없는 수의사회(대표 김재영)가 지난 10월 30일, 경기도 용인시의 ‘행복한 강아지들이 사는 집’ 행강 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았다.
200마리가 넘는 유기견을 보호하고 있는 대형 보호소인 행강 유기동물보호소를 찾아 진행된 이번 봉사는 국경없는 수의사회의 2022년 마지막 정기 봉사활동으로, 120명의 봉사자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6시간에 걸쳐 보호견의 중성화 수술 및 예방접종, 심장사상충 검사 등 수의사 및 수의대생의 의료봉사와 일반봉사자의 보호소 주변 환경정리 및 평소 산책을 할 수 없는 보호견의 산책 봉사로 나누어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 의료 봉사자로 참여한 수의사와 수의대생은 보호견의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사진 = 문진학 기자)
지난 6월부터 홍보와 일반봉사로 국경없는 수의사회의 봉사에 함께하고 있는 본지는 오전 봉사활동을 마무리하고 식사를 마친 후 오후 활동이 시작되기 전, 세 차례 요청 끝에 이름을 밝히지 말라며 인터뷰에 응한 행강 보호소 서 소장과 함께 소형견들이 머무는 운동장으로 이동했다.
▲ 오전 봉사를 시작하기 전 주의사항을 전달하는 행강 보호소 서 소장 (사진 = 문진학 기자)
“나는 다 리얼이야”
운동장 중앙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인터뷰를 시작한 서 소장의 첫마디는 “보호소가 유명세를 타면서 공중파, 케이블을 막론하고 많은 방송사에서 찾아왔는데 내가 너무 쌔다고 하더라”며 “나는 다 리얼이야”고 말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보호소라며 점잖게, 해야 할 이야기를 에둘러 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마 행강을 찾아온 기자에게도 ‘미사여구로 잘 써주지 말고 정확하게 전달해 달라’는 뜻을 전달하고자 했을 것이다.
젊은 세대가 움직여줘야 바뀔 수 있다
아마도 당부의 말이었을 말로 인터뷰를 시작한 그는 이어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하다 보니 이렇게 됐다”며 “예전에는 어디 나가서 시위도 하고, 유기된 아이들이 있으면 전국 어디건 가서 데려오고 했는데 이제는 힘들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스스로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또 외면할 수도 없는 일이라 ‘이 아이들만 책임져 줘야지’라는 생각으로 계속해오고 있지만, 유기동물이라는 문제는 누구 한 사람이 책임질 수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대책 마련은 아직 부족한 상황에서 계속 책임질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 서 소장은 젊은 세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인식이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 = 문진학 기자)
잠시 말을 고른 그는 “나나 다른 여러 사람은 이제 예전같이 열정적으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지났다”며 “개들에게도 우리에게도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아직도 바뀌어야 할 것은 많고 더욱 큰 변화를 이끌기 위해서는 젊은 세대가 나서줘야 한다”고 말했다.
홀로 200여 마리의 유기동물을 보호하며 검게 탄 피부는 아직 여느 젊은이 못지않게 건강해 보였지만 오랜 시간의 쌓여온 피로도 느껴졌다. 서 소장은 그렇게 16년을 사회에서 버려지고 외면당한 동물들의 가장으로 살아왔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보자”
유기동물 보호소를 시작한 계기를 묻자,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반려동물을 키워본 적도 없다”며 “사람에 질려 회사를 떠난 후, 단순히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답했다.
“보호소를 열고 초기에는 운영 자금이 부족해 트럭을 몰고 고물을 주우러 다녔다”는 그는 “주변에서 ‘평생 엘리트로 살아온 사람이 왜 이러느냐’고 만류도 했지만, 당시에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했다. 거리에서 마주치는 유기견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한 마리씩 구조하기 시작했다.
그는 "유기동물을 돕겠다고 시작한 일이지만 조건 없이 사랑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오히려 내가 도움을 받았다는 생각도 든다"며 멋적은 웃음을 보였다.
▲ 학대로 인한 하반신 마비에서 회복, 스스로 걷게 된 보호견 '기적이' (사진 = 문진학 기자)
죽음의 상황에서 다시 일어난 ‘기적이’
서 소장은 보호소 운영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보호견으로 ‘기적이’를 이야기했다. 사람에 학대를 당해 하반신 마비 상태로 구조된 개를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허리에 심한 충격을 받고 하반신 마비로 걷지 못했던 개를 끝내 회복시켰다.
“2년 동안 병원 다니면서 수술을 시키고, 그 기간에 계속 마사지를 해주며 직접 간호해 이제는 어렵게라도 걷고 있다”는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의를 요하는 보호견들이 있는 견사로 이동했다.
학대로 귀가 잘리고 화상을 입은 보호견,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잘 움직이지 못하는 보호견 등 건강 문제가 있어 보이는 개들 가운데 기적이가 보였다. 자신을 촬영하는 카메라의 렌즈를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는 기적이는 걸음이 다소 느린 것을 제외하면 여느 개들과 다를 바 없었다.
가족을 버리는 ‘사람’, 그래도 아름다운 ‘사람’
보호소의 규모가 커지고, 동물보호단체와의 공동 활동으로 이름이 알려지자 유명인들과 방송사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출연료나 후원금을 얼마라도 받으면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보호소의 문을 열었다.
가족이라 여겼던 보호자에 버려진 유기동물을 안락사 없이 평생을 책임진다는 운영방침이 매체를 통해 알려지고, 후원금 사용 내역을 사소한 지출까지 공개하는 모습에 보호소는 더욱 유명세를 탔다.
▲ 사람에게 학대·유기를 겪었음에도 사람을 따르는 보호견 (사진 = 문진학 기자)
그러나 그 유명세는 곧 문제로 이어졌다. ‘유명한’ 유기동물 보호소가 되자 전국에서 구조 요청이 몰려들었다.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구조에 나섰지만, 순식간에 수용 한계에 도달했다. 보호소가 포화상태에 달하자 적극적으로 입양 홍보를 진행하기도 했으나 노령견, 중·대형견이 많은 보호소의 특성상 입양을 보내기도 쉽지 않았고, 보호하는 동물이 많아지자 사료, 의료비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보호소가 유명해질수록 운영은 점점 어려워져만 갔다.
이런 문제를 겪고 있을 때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다. 과거 보호소를 찾았던 방송인들이 기부금을 모아주기도 했고, 일면식도 없던 후원자가 보호소의 증축에 사용해달라며 거액을 후원하기도 했다.
서 소장은 “세상이 아직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람에 질려 회사를 떠나 이 일을 시작했고 또 가족을 버리는 수많은 사람에 실망도 많이 했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호하는 동물이 늘고 그에 따라 견사를 계속 늘리며 후원계좌의 잔고는 다시 바닥을 보였다.
“안락사는 책임 아닌 회피”
보호소 운영과 관련해, 서 소장은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꼬집었다.
사람들이 보호소 운영에 대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지원금은 얼마나 나오냐’는 것인데,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하는 다수의 보호소는 민간 사설 보호소로 정부 지원금이 나오지 않으며,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는 민간 위탁 보호소는 안락사를 실적으로 인정해 지원금 지급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살리는데 돈을 주는 것이 아니고 죽여야 돈을 주고 있다”며 “아이들을 하나 살릴 때마다 우리는 더 힘들어진다”고 현 유기동물 보호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정부의 정책이 유기동물을 사회가 책임지도록 하는 것이 아닌, 안락사라는 쉬운 방법으로 책임을 회피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 농장에서 구조된 대부분의 도사믹스견은 입양이 어려워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한다 (사진 = 문진학 기자)
“그래도 내가 계속할 수밖에 없다”
보호소 소장의 생활에 대해 질문하자 그는 “16년 동안 형의 장례식에 참석했던 3일 외에는 이 견사를 벗어나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몇 차례 직원을 고용해보기도 했지만, 유기동물을 보호하는 일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으로 동물들을 위해서는 스스로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유기된 아이들 가운데는 덩치가 큰 아이들도 있고, 또 사람에 상처를 받아서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친구도 있다”며 “아이들 감기가 이상하게 낫지 않길래 살펴보니 약을 먹이기 힘들다고 아예 먹이지 않더라”고 답했다.
단순히 직업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내가 보호하는 동물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많은 사람이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길에서 보호소로 오면 점점 더 나아져야 하는 유기견들의 상태가 더 나빠지기도 했다. “내가 이러려고, 내 몸 편하려고 이걸 하는게 아닌데 라는 생각이 들었고, 다시 혼자 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유기동물 문제의 이상적인 해결방안은 유기동물을 지원하는 것이 아닌, 유기동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말 그대로 이상에 불과함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실질적으로 가족에게 버려진 동물들을 책임지고 있는 것은 민간에서 운영하는 사설 유기동물보호소지만, 도리어 그들은 합당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선량한 이웃들의 온정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에게 응원이 필요하다.
출처 : 한국반려동물신문(http://www.pet-news.or.kr) 문진학 기자